1990년대부터 21세기까지의 국내 외식기업의 성장과정을 살펴본다.
1990년대 패밀리 레스토랑의 성장과 퓨전음식
선진국형 문화의 유입은 한국 외식산업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왔다. 특히 소득 수준이 상승함에 따라 외식을 하나의 여가 활동으로 즐기는 인구가 급격히 증가했으며, 가족 단위 외식 문화도 자리잡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는 다양한 외식업종을 탄생시켰고, 외식시장의 규모는 물론 외식산업의 질적 성장을 촉진하는 계기가 되었다.
1) 대기업의 외식산업 진출
대기업들이 합작이나 독자적으로 외식산업에 뛰어들면서 외식업의 질적 발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들 대기업들은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는데, 식품 관련 기업, 유통업이나 호텔업을 영위하던 기업, 그리고 기존 사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외식산업으로 확장한 기업들이다. 유통업체들은 단체 급식이나 외식업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노하우를 활용했고, 호텔업체들은 식음료 운영 경험을 살려 외식업을 확장했다. 또한 외식업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던 기업들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외식산업에 진출했다.
패밀리 레스토랑 사업은 부동산, 유통, 식품산업과의 연계를 필요로 하며, 초기 자본 투자와 3~4년의 장기적인 자본 회수가 요구된다. 자본력이 있는 대기업들이 이 사업에 뛰어드는 이유는 경영 노하우와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부동산을 활용한 합법적인 투자 기회도 제공된다.
대기업이 외식산업에 진출하면서 외식문화 수준이 크게 향상된 것은 긍정적인 면이다. 안정된 원재료 공급과 품질 유지, 장기 투자를 통한 경쟁력 강화 등은 대기업이 아니면 이루기 어려운 과업이었다. 하지만 부정적인 측면도 존재했다. 대기업들이 해외 브랜드를 무분별하게 도입하면서 외국 문화의 과도한 유입과 외화 유출 문제가 제기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과정에서 국내 외식산업에 과학적 경영 시스템과 합리적인 기술이 도입되어 소비자 수준 향상과 외식문화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2) 해외 패밀리 레스토랑의 확산
‘코코스’에 이어 ‘TGI 프라이데이즈’가 한국 시장에 진출하면서 패밀리 레스토랑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이에 대기업들은 해외 유명 브랜드들을 앞다투어 도입하여 외식시장을 장악했다. 특히, ‘TGI 프라이데이즈’는 고급스러운 맛과 서비스, 독특한 분위기로 외식산업에 혁신을 불러일으켰으며, 패밀리 레스토랑의 대명사로 불릴 정도였다.
이후 ‘판다로사’, ‘시즐러’와 같은 스테이크 전문점들이 기존 패밀리 레스토랑과 차별화된 샐러드 바 개념을 도입하며 경쟁에 합류했다. 또한, ‘토니 로마스’, ‘마르쉐’, ‘우노’,'베니건스', ‘칠리스’,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 등이 연이어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일본의 패밀리 레스토랑 ‘스카이락’은 CJ 푸드빌의 전신인 제일제당과 기술 제휴로 참여했고, 신세계푸드도 일본의 고기뷔페 ‘까르네 스테이션’을 도입했다. 국내 브랜드 패밀리 레스토랑도 경쟁력을 확보하며 발전했고, CJ푸드빌의 ‘빕스’와 JK푸드테크의 한식 패밀리 레스토랑 ‘우리들의 이야기’가 독창적인 콘셉트로 시장에 등장했다.
3) 테마 레스토랑의 등장
소득 수준이 향상되면서 소비자들은 음식뿐만 아니라 분위기와 인테리어도 외식 선택의 중요한 요소로 고려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음식 외에 특정 주제를 중심으로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테마 레스토랑이 등장했다. ‘하드 락 카페’는 락 음악을 테마로 하여 젊은 층의 인기를 끌었으며, ‘플래닛 헐리우드’와 ‘LA팜스’는 영화와 스포츠를 주제로 레스토랑을 운영하여 독특한 외식 경험을 선사했다.
4) 퓨전 음식의 등장
1990년대 말, 외식산업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 중 하나는 퓨전음식의 유행이었다. 이는 외식산업이 성숙해가는 과정에서 나타난 현상으로, 소비자들의 다양한 요구와 글로벌 외식문화가 결합된 결과였다.
퓨전 음식문화는 패스트푸드와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양분화되던 외식시장에서 새로운 반향을 일으켰다. ‘시안’은 프렌치-아시안 퓨전 요리로 큰 인기를 끌었고, 일본의 파스타 전문점 ‘삐에뜨로’, ‘스파게띠아’, 베트남 음식 전문점 ‘포호아’와 ‘포타이’ 등이 퓨전 음식 시장을 주도했다. 또한, 신라호텔의 ‘탑 클라우드’는 동남아 퓨전 요리로 주목받았다.
선진국형 문화의 확산은 외식산업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무엇보다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문화활동의 한 방편으로 외식을 즐기는 인구가 크게 증가하였으며 아울러 가족단위 외식이 시작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다양한 업태의 외식사업을 출현하게 하였으며, 시장규모의 확대는 물론 외식산업이 질적으로 성장하고 발전하는 밑거름이 되었다.
21세기: 외식산업시장의 세분화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외식산업은 기존과는 다른 급격한 변화의 흐름을 맞이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욕구와 구매 패턴이 점점 더 다양해지고 개별화되면서, 외식산업도 이에 발맞춰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전에는 맛과 편리성을 중시한 제품이나 서비스가 주류를 이뤘다면, 이제는 단순한 만족을 넘어, 소비자들은 감각적인 경험과 명확한 브랜드 이미지를 원하게 되었다. 외식업체들은 고객의 이러한 변화된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새로운 전략과 독특한 컨셉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전통적인 레스토랑의 틀을 넘어서 차별화된 비즈니스 모델이 속속 등장하고 있으며, 이는 경쟁을 더욱 치열하게 만들고 있다.
또한, 건강한 식생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자연 식재료를 활용한 외식 사업이 주목받고 있다. 한식의 고유한 맛과 전통을 바탕으로 건강식의 가능성이 강조되었고, 유기농 재료를 사용하는 외식업체들이 늘어나면서 건강 지향적인 외식문화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는 패스트푸드, 음료, 아이스크림 등 기호식품 전문점에도 영향을 미쳐, 기존의 가공식품에서 벗어나 생과일, 녹차 등 천연 재료를 활용한 독특한 메뉴들이 소비자의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이러한 메뉴들은 웰빙 트렌드에 민감한 소비자들에게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에스프레소 커피의 유행도 외식산업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커피전문점의 급성장과 함께 테이크아웃 문화가 확산되면서, 다양한 외식업태가 등장했다. 커피는 단순한 음료를 넘어 일상 속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았고, 이에 따라 커피전문점들이 외식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다. 또한, 소규모 카페들이 테이크아웃 커피와 함께 다양한 디저트를 제공하면서 소비자들의 선택지를 더욱 넓혀주었다.
한편, 유사 업종과 업태의 외식기업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기존의 레스토랑 개념을 넘어서는 차별화된 전략들이 도입되기 시작했다. 일부 외식업체는 틈새시장을 공략해 새로운 형태의 레스토랑을 선보이며, 고객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했다. 레스토랑뿐만 아니라 패스트푸드점, 디저트 카페, 건강식 전문점 등 다양한 외식업체들이 소비자들의 개별적 취향에 맞춰 더 많은 선택지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외식산업이 더욱 세분화되고 고도화되는 과정에서 나타난 자연스러운 결과라 할 수 있다.
이처럼 21세기의 외식산업은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자들의 요구에 대응하며, 건강, 편의성, 그리고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새로운 외식 트렌드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앞으로도 외식산업이 더욱 다변화되고 세분화되는 원동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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