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외식산업이 해방부터 1980년대 까지 어떻게 성장하고 발전해왔는지 알아보자.
해방~1960년대 : 식생활 개선
한국은 과거 가난과 기아가 심각해 먹고 사는 게 우선이었고, 문화생활이라는 개념은 거의 없었다. 1963년 당시, 가계 소비에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60%였으며, 문화비는 겨우 10.1%에 그칠 정도로 경제적 상황이 열악했다. 전쟁 이후 식량 사정은 더 악화되어, 미국 원조물자에 의존해 식생활을 이어가야 했다. 식량난을 해결하기 위해 식생활 개선과 함께 분식 장려 운동도 진행되었다.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라 외식이 활발하지는 않았으나, 이때부터 소규모 음식 판매가 서서히 시작됐다. 또한 뉴욕제과를 비롯한 개인 가게나 노상 점포들이 대거 등장하기 시작했다.
1970년대: 외식산업의 태동
1970년대에 한국은 식량난에서 점차 벗어나며 경제적 발전과 함께 외식산업의 초석이 놓이기 시작했다. 특히 공업화와 함께 식품산업이 발전하면서 즉석식품이 등장했고, 이는 국민의 식생활에 큰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경제개발계획의 추진으로 국민소득이 점차 증가하면서, 사람들은 더 나은 생활 수준과 식생활의 질적 향상을 원하게 됐다. 이러한 변화는 외식산업이 본격적으로 태동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이 시기 외식업은 대부분 소규모 영세업체가 차지했으나, 신포우리만두와 림스치킨은 국내 브랜드로서는 처음으로 다점포화를 시도하며 점차 체계적인 외식업의 시작을 알렸다. 비록 오늘날과 같은 거대한 체인 사업은 아니었지만, 이들 업체는 한국 외식업의 가능성을 보여준 선구자적 역할을 했다.
특히 1970년대 후반에는 외식산업이 더욱 전문화되고 조직화되기 시작했다. 일본 롯데리아의 기술 지원을 받은 롯데리아는 한국 외식업에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도입한 최초의 브랜드로 기록된다. 이로 인해 외식업계는 단순한 음식 판매를 넘어, 표준화된 운영 방식과 서비스 관리, 브랜드 가치 창출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롯데리아의 성공적인 출범은 한국 외식산업의 발전 방향에 큰 영향을 미쳤고, 이는 다른 외식업체들이 체인화와 프랜차이즈 도입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었다.
당시 외식업체들은 여전히 영세한 규모였으나, 경제 성장과 더불어 점차 중산층이 형성되며 외식 문화가 확산되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외식을 하나의 여가 활동으로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외식업은 생활 속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됐다. 이 시기에 등장한 다점포 체계와 프랜차이즈 모델은 외식업이 대중화되는 기반을 마련했으며, 이는 이후 외식산업이 급성장하는 발판이 되었다.
1980년대: 패스트푸드와 해외 브랜드 외식기업
경제 발전과 함께 국민들의 소득이 증가하면서, 소비자들의 식생활에 대한 질적 요구가 점차 커지고 음식의 서구화 현상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과거 소득이 낮았을 때는 주로 생존을 위한 식사에만 집중했으나, 소득이 오르면서 식사를 단순한 생리적 욕구를 넘어선 문화적, 사회적 경험으로 받아들이려는 경향이 생겼다. 이 같은 변화는 외식산업의 질적 발전을 촉진하는 계기가 되었고, ‘요식업’이나 ‘식당업’이라는 기존 명칭들이 ‘외식산업’이라는 용어로 대체되며 산업의 체계적인 발전이 시작되었다. 외식산업이 단순한 생업이 아니라 경제 발전의 한 축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이다.
1) 글로벌 외식기업의 등장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외식기업과 협력하면서, 소규모 자영업 형태로 인식되던 외식업이 대기업 중심의 산업으로 발전했다. 단순한 음식 판매에서 벗어나, 조직적이고 효율적인 시스템을 갖춘 미래지향적 외식업의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특히 해외 패스트푸드 브랜드는 선진 기술과 경영 방식을 적용하여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였고, 이는 국내 외식업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브랜드들은 제품 혁신뿐만 아니라 서비스 개선, 직원 교육, 그리고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통해 외식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했다. 끊임없는 기술 개발과 운영 효율성 개선을 통해 기존 외식기업들에게 큰 자극을 주며 시장을 성장시켰다.
2) 해외 패스트푸드 브랜드의 국내 진출
해외 브랜드의 국내 진출은 1984년 외자도입법 개정을 기점으로 본격화되었다. 가장 먼저 버거킹이 국내 기업과 제휴하여 들어왔고, 그 뒤를 이어 KFC, 웬디스, 피자헛 등 다양한 미국 패스트푸드 브랜드들이 진출했다. 1980년대 후반에는 맥도날드, 피자인, 도미노 피자 등이 기술 제휴나 합작 투자 형태로 한국 시장에 진출했으며, 베스킨라빈스 같은 아이스크림 전문점과 도토루 커피 같은 해외 커피 전문점들도 국내에서 점차 자리를 잡아갔다. 이처럼 패스트푸드는 빠른 속도와 편리함을 중요시하는 현대 사회에 적합한 음식으로 자리 잡았고, 특히 젊은 층 사이에서 세련된 이미지를 바탕으로 유행을 선도했다.
3) 국내 외식기업의 성장
해외 브랜드가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서도, 국내 토종 외식 브랜드들도 발판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한식의 세계화를 목표로 한 놀부 브랜드가 출범했고, 아메리카나 햄버거, 윈첼도넛, 장터국수, 신라명과, 크라운베이커리 등 다양한 국내 브랜드가 외식시장에 진출했다. 이 외에도 서울캐터링이 중소기업 규모로 단체급식 시장에 진출했고, LG유통이 기업형 단체급식 사업을 시작하면서 시장은 더욱 확대되었다. 이러한 움직임은 외식산업이 점차 대형화되고, 전문적인 사업으로 발전하는 계기가 되었다.
4) 패밀리 레스토랑의 등장
한국에서 최초로 패밀리 레스토랑 개념을 도입한 '투모로 타이거'가 개점하면서, 새로운 외식 문화가 시작되었다. 이어서 일본에서 도입된 '코코스'가 국내에 들어오면서 패밀리 레스토랑 문화가 점차 확산되었고, 이는 대중들이 외식을 단순한 식사 이상으로 여가와 문화 활동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또한, 미원은 '나이스데이'라는 자체 브랜드를 출시하며 국내 패밀리 레스토랑 시장에 진출했다. 이와 같은 발전은 외식산업이 단순히 음식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의 중요한 일부로 자리 잡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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